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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과 인사관리*

 

유성규/ 공인노무사

 

 

 

얼마 전 협동조합 한군데를 방문했다. 월요일 오전에 이사장님을 비롯한 조합원 모두가 모여서 격론을 벌이고 있었다. 열띤 토론이 1시간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심각한 문제이기에 월요일 오전에 모두 일손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이런! 그들의 토론 주제는 20-30만 원가량의 프린터기를 어디에서 구입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협동조합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두 번씩 경험했을 법한 일이다. 그러나 위 사례는 협동조합 활동가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오해내지 경향에 기반하고 있기에, 매우 중요한 고민거리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협동조합에는 인사관리시스템이 불필요한가?

 

협동조합에는 협동조합이 만들어지면 시간이 걸릴 뿐 조직의 민주적 운영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환상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환상’에 불과하다. 협동조합은 그저 형식적 틀에 불과할 뿐, 그 틀이 조직의 민주적 운영을 담보해주지 않는다. 이윤극대화 기업보다 비민주적인 협동조합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협동조합에는 조직의 민주적 운영을 도식적으로 이해하는 경향도 존재한다. 협동조합의 경영은 이윤극대화 기업의 그것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도 일정 부분 존재한다. 이 같은 경향과 강박이 결합되어, 경영진에 의한 신속하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비민주적인 것으로 치부되거나, 경영진의 권한과 책임을 중시하는 것이 권위주의적인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협동조합에는 조합원들의 자발성이 이윤극대화 기업보다 당연히 높다는 막연한 믿음도 존재한다. 물론, 협동조합과 이윤극대화 기업을 교과서적으로만 비교하면 이 같은 믿음은 타당하다. 그러나 협동조합이 관리하지도 않고 고민하지도 않는다면 조합원의 자발성은 교과서속에서만 가능할 뿐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다.

 

결국, 협동조합에서 조직의 민주적 운영과 조합원의 자발성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윤극대화 기업 못지않은 치밀한 관리와 고민이 필요하다. 어떻게 의사결정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 조직 내 의사소통을 어떻게 원활히 할 것인가? 어떻게 권한과 책임을 분배할 것인가? 어떻게 조합원을 교육하고 훈련할 것인가? 등등. 협동조합 내에도 이윤극대화 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인사관리 이슈들은 동일하게 존재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 현 실태에 대한 정확한 점검이 중요하다. 즉, 우리 협동조합의 인사관리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고 작동되고 있는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인사관리시스템이 얼마나 멋있고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는가는 중요치 않다. 정형화된 제도가 없더라도 서로의 눈빛만으로 통하는 조직이라면 인사관리시스템 자체가 불필요할 수도 있다. 점검은 아래의 다섯 가지 방향에서 이뤄질 수 있다.

 

첫째, 인력의 운영이 조직 규모와 사업 성격에 맞게 이뤄지고 있는가?

사업 아이템이 아무리 훌륭해도 이를 실행할 우수 인력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과도한 인력은 과도한 비용의 지출이나 조직 운영상 비효율을 낳기도 한다. 사업 계획, 매출액, 인건비 부담 능력 등을 고려해, 적정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 운영하는 것은 협동조합 경영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둘째, 의사결정은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가?

효율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조합원 각자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특정 이슈에 대해서는 조합원 전체의 의사를 물어야할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한 원칙과 절차 등이 사전에 공유되지 않고 협동조합이 운영되면, 조직의 민주적 운영은 물론 효율적 운영도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노동규율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는가?

이윤극대화 기업에서는 사용자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조직이 운영되므로 자연스럽게 노동규율이 유지된다. 그러나 협동조합에서는 이윤극대화 기업과 같은 지배관리 방식이 작동되지 않는다. 조합원이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므로, 노동규율이 허물어지기도 쉽다. 협동조합은 노동규율을 확립하기 위해 이윤극대화 기업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넷째, 공정한 평가와 이에 근거한 보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가?

조합원들의 능력, 기여도, 책임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똑같이 나누는 것은 오히려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자칫 조합원들의 자발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조합원들의 능력, 기여도, 책임 등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임금과 수당 등 보상이 합리적으로 이뤄지는 보상시스템이 필요하다.

 

다섯째,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가?

처음부터 최적화된 조합원들만 모일 수는 없다. 따라서 일정 기간을 두고 조합원들을 교육 훈련하여 각자가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합원 각자의 역할과 특성에 부합하는 교육 훈련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을 대신해

 

협동조합은 조직의 ‘민주적 운영’과 ‘효율적 운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따라서 협동조합의 인사관리시스템은 이윤극대화 기업의 그것보다 훨씬 치밀하게 설계되고 훨씬 섬세하게 구축되어야 한다. 협동조합의 생산성은 조합원의 자발성에 기초하고 있기에 그 잠재력이 매우 크다. 잘 구축된 인사관리시스템은 협동조합이 이윤극대화 기업과의 생산성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이 원고는 필자가 2014년 서울시 협동조합 상담지원센터 임직원 레터(0.5호)에 기고했던 글을 수정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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