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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에 사회적 경제가 필요한 이유

 

장원봉*

 

왜 경제가 문제일까?

 

경제란 ‘사람이 생활을 함에 있어서 필요로 하는 재화와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물건과 서비스의 형태로 존재하며, 이것이 일반적으로 세 가지 방식으로 해결된다.

 

첫째, 국가가 국민들에게 세금을 걷어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을 해결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방, 교육, 보건의료, 환경, 고용지원 등의 공공서비스를 국가로부터 제공받고 있다.

 

둘째, 시장에서 필요한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함으로써 필요한 것을 해결한다. 사실 예를 들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셋째, 이웃이나 공동체를 통해서 필요한 것을 함께 해결하는 것이다. 이는 흔치 않은 방식이지만, 가족끼리 서로 돕거나 이웃과 물건을 나누어 쓰는 사례들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전통적으로 시장의 기업은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생산하고 공급하면서 고용을 창출하고, 국가는 기업과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을 해결하고, 시민들은 국가와 기업의 잘못을 감시하고 비판하면서 서로 돕고 사는 방식으로 사회가 운영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래서 경제 주체를 국가, 기업 그리고 가계(가정)로 나뉜다.

 

한자문화권 국가에서 경제의 영어표현인 ‘Economy’를 ‘經濟(경제)’로 번역할 나라는 일본이다. 원래 ‘經濟(경제)’는 ‘經世濟民(경세제민)’에서 유래된다.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이다. 참으로 좋은 뜻이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는 백성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되었다. 세상은 돈벌이 경제에 의해서 지배되었으며, 백성들은 경제로부터 구제되기는커녕 끊임없이 그것으로부터 희생되고 있다. 기업은 회사에 돈이 아무리 쌓여가고 사업투자를 통해서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국가는 국민들이 필요한 것을 해결하기보다 정권을 잡기 위해 필요한 선거철 표계산을 위한 정책에 몰두한다. 이제 경제는 백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기업의 이윤과 국가의 권력을 위한 것이 되었다.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

 

사회적경제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협동조합은 “구성원들에 의해서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서, 구성원들의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염원을 충족하고자 자발적으로 결합한 사람들의 결사체”로 정의된다. 전통적으로 사회적경제는 자본주의 사회의 어려움 속에서 백성들의 공동해결 방식으로 등장해왔다. 자본주의 초기에 도시로 이동한 노동자들이 직면한 질병, 산재, 사망, 실업 등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구제하기 위한 공제조합의 설립은 그 시작이었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이용 가능한 수준의 가격으로 믿을 수 있는 재화와 용역을 조달하고자 한 소비자협동조합, 기업주에게 고용되어 경제적 수탈의 대상이 되어버린 노동자들의 자주관리전략으로서 노동자생산협동조합, 소규모 생산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한 농업협동조합과 신용협동조합 등은 그 시대의 사회적 위협으로부터 노동자들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공동의 대응전략이었다. 그리고 최근 20세기 후반 완전고용의 종결과 복지재정의 축소 압박은 ‘사회적 배제’ 혹은 ‘사회 양극화’ 등으로 표현되기 시작한, 고용과 복지의 위기는 기존의 전통적인 시장과 국가 기능을 통해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시장과 국가를 통해서 충족되지 못하는 지역사회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시민들의 공동 대응이 사회적 경제를 통해서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실업과 복지축소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시민의 실천은 사회적 기업이라고 표현되는, 독특한 형태의 경제조직을 통해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지역사회의 결핍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유용성을 가진 재화와 서비스의 제공을 통해서 사회적 편익을 증진하고자 한 새로운 사회적 경제의 구상은 자본주의 돈벌이 경제의 위협에 대응하는 시민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려되기 시작하였다.

 

사회적 경제는 협동조합, 공제조합, 비영리민간단체 등의 시민 주도에 의해서 형성되며, ➀이윤보다는 구성원들 혹은 공동 이익(general interest)을 위한 사회적 목적의 설정과 ➁이를 위한 이윤의 배분원칙을 가지며, ➂구성원들의 민주적 운영원리 속에서, ➃관련 정부기구나 기업으로부터 독립적인 경영을 하도록 하며, 정부와 시장 그리고 시민사회 등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여 운영되는 경제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시대 사회적 경제의 역할

 

첫째, 노동시장에서 취약한 계층에 대한 고용창출이다. 노동시장에서 노동인력의 수요자인 기업과 공급자인 노동자들이 갖는 권력의 비대칭은 노동자들의 일자리에 대한 통제권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계층일수록 실업의 위협에 더욱 노출되기 쉽다. 노동자생산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은 이에 대응하는 공동체의 자기고용 전략을 채택하였다.

 

둘째, 지역사회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다양한 사회서비스 제공이다. 이윤창출의 여력이 적어서 시장에서 공급되지 못하거나, 정책적 인식이 부재하거나 복지재정의 부족으로 인하여 국가를 통해 충분하게 제공되지 않는 사회서비스의 제공을 목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운영되고 있다. 노인, 장애인, 영ㆍ유아 등의 돌봄 영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돌봄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을 비롯하여, 보건의료분야의 의료생활협동조합, 자원순환분야의 재활용 사회적 기업, 대안교육체계를 위한 교육협동조합, 문화격차해소와 대안문화공급을 위한 문화분야 사회적 기업 등 수 많은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활동하고 있다.

 

셋째, 낙후된 지역사회의 사회적ㆍ경제적 재생이다. 국가의 불균형발전으로 인한 낙후된 지역에서 야기되는 다양한 사회적ㆍ경제적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재생전략으로써 사회적 경제의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대규모 제조업 공장 유치나 국가단위의 개발사업 등을 통한 지역개발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지역사회의 자원과 역량을 활용한 내발적 재생전략은 커뮤니티 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의 새로운 사회투자전략으로 고려되고 있다.

 

넷째, 사회적 배제에 대응하는 다양한 사회통합이다. 기존의 빈곤화가 경제적 곤궁상태를 의미하였다면, 사회적 배제는 여러 유형의 불평등이 강화되어, 기본적인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기본적인 권리의 박탈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을 통합하고자 하는 사회적 경제를 통해서 무엇보다 고용과 복지의 권리를 회복하고자 하는 사회통합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이제 백성들이 나서서 “백성들 스스로 세상을 다스려, 백성들 스스로를 구제하는” 사회적경제의 가치가 필요한 시대가 왔다.

 

 

*사회투자지원재단 지역살림과자치센터 소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노원지역을 중심으로 비영리 재이용가게들의 사업연합체인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음.

대안적인 경제로서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와 이를 통한 지역재생 그리고 지역자치 등의 지역사회 변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와 실천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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