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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플라스틱 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 해변으로 떠밀려온 고래의 사체에서 비닐봉투가 쏟아져 나오는 모습은 마치 우리 인류의 미래를 보는 것처럼 우울하다. 바다로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결국은 미세플라스틱으로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을 따라 인체로 들어오고 있다. 그렇지만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몸으로 얼마만큼 들어오고 있고,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환경호르몬이나 중금속처럼 인체에 축적될 수 있다는 사실만 확인되고 있고, 구체적인 인체영향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공포가 우리를 덮치고 있는데, 이러한 공포가 과장된 것인지 실체가 있는 것인지조차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더욱 공포스럽다. 

 

우리는 플라스틱 공포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플라스틱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실천이 한 방향이라면 생분해성플라스틱으로 대체하자는 실용적인 노선이 한 방향이다. 생분해성플라스틱을 대안으로 내세우는 쪽은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뭔가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정부 혹은 기업들이다. 그런데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과연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먼저 플라스틱의 분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예전에는 플라스틱의 분해에 대해서 매우 광범위하게 생각을 했다. 플라스틱이 환경에 노출되어 햇빛을 받거나 산소에 접촉하면서 작은 조각으로 쪼개져서 눈에 보이지 않으면 플라스틱이 분해된 것으로 간주하였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대두되면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쪼개지더라도 여전히 플라스틱의 성질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 완전하게 분해된 것이 아니고 오히려 미세플라스틱화가 더 빨리 진행된 것으로 간주한다.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는 유기물의 분해란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 혹은 혐기성 조건(공기가 통하지 않는 조건)에서 물과 메탄으로 분해되는 것을 의미한다. 유기물질(플라스틱도 유기물질로 분류된다)은 물과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광합성을 통해 생성된 것이기 때문에 미생물의 분해작용에 의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생물분해 혹은 유기물의 최종분해이다. 따라서 생분해 플라스틱이란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빠른 시간 안에 생물분해에 의해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도록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을 말한다. 플라스틱도 오랜 시간을 거치면 물과 이산화탄소로 최종분해가 일어나지만 그 시간이 몇 백 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생분해 플라스틱이란 그 기간이 획기적으로 짧아진 플라스틱을 말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짧은 기간 안에 최종분해가 일어나도록 만들어진 플라스틱이다. 이 물성만 충족하면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분류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해서 흔히들 녹말 같은 바이오물질로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물질로도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만들 수 있다. 원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분해가 된다는 물성이 중요하다. 식물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플라스틱(바이오 플라스틱)이라고 하더라도 화석연료로 만든 플라스틱과 같이 자연환경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 성질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자연환경에 투기될 경우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야기한다. 


 

 

플라스틱의 종류

<그림1> 플라스틱의 종류

 

 

 

식물을 원료로 한 바이오플라스틱은 생분해가 되는 플라스틱과 생분해가 되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구분되는데, 시장규모는 생분해가 되지 않는 플라스틱류의 규모가 훨씬 크다. 바이오플라스틱은 생분해 여부를 떠나 온실가스 배출의 측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식물에서 유래한 물질(바이오매스)이 가지고 있는 탄소는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것이다. 따라서 바이오매스로 만든 물질이 폐기된 이후 배출되는 탄소는 원래 대기 중의 탄소가 다시 배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증가시키지 않는다. 이것을 바이오매스의 탄소중립성이라고 한다. 화석연료로 만든 물질을 처리할 경우에 배출되는 탄소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증가시켜 온실효과를 야기하지만 바이오매스로 만든 물질을 처리할 경우 배출되는 탄소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증가시키지 않는다. 생분해가 되지 않는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이 생분해 바이오플라스틱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이유는 기존의 화석연료로 만든 플라스틱의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후변화 문제와 더불어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점차 심각한 전 지구적 환경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규제 정책에서도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은 허용하는 방식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해 일반 소비자들이 많이 던지는 질문이 있다. 진짜 생분해가 되는가?

현재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58℃±2 조건에서 6개월 동안 두었을 때 90% 이상이 생분해가 되었을 때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고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자연환경에서는 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어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고 하더라도 분해가 잘 되지 않는다. 생분해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진지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분해가 되지 않은 상태로 떠도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 자연환경조건에서 생분해가 원활하게 될 수 있는 진짜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들어가는 첨가물도 논란이 된다. 플라스틱이 생분해가 된다는 것은 플라스틱에 첨가된 물질이 자연환경에 유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완전하게 친환경적인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첨가물조차 환경에 유출되었을 때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완벽하게 분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이 활성화되었을 때 생분해성 플라스틱 재활용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관건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난분해성 플라스틱을 완전하게 대체하지 못할 경우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난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이 병행되는 과정을 거치게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기존의 난분해성 플라스틱과 선별과정에서 선별되지 않을 경우 기존의 플라스틱 재활용체계에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분리배출 및 선별과정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기존의 난분해성 플라스틱이 선별될 수 있는 체계가 반드시 구축되어야 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만 선별된다고 할 경우 선별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다시 재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생분해성 플라스틱만 별도로 선별하거나 기존의 유기성 폐기물에 혼합배출하도록 유도한 후 퇴비화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는데, 상업적 퇴비화시설의 부숙기간이 60일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에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분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퇴비화 방식으로 재활용이 되거나 다른 방식으로 물질재활용되거나 다시 물질순환이 될 수 있도록 해야만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이 활성화될 경우 원료조달의 문제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을 바이오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대체한다고 할 때 과연 바이오매스로 원료조달이 가능할까? 바이오매스로 플라스틱 원료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GMO를 통한 인위적인 생산량 증대가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 기존의 GMO반대의 논리와 어떻게 양립가능 할 것인지도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현 단계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플라스틱의 대안이 되기에는 많은 기술적 약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이 완전히 없는 사회로 되돌아가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플라스틱의 문제를 극복한 제대로 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바다에 쓰레기로 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어구의 경우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의 개발이 가장 시급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물론 플라스틱 사용자체를 줄이고자하는 우리의 실천을 방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플라스틱 사용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노력은 꾸준하게 하되, 플라스틱 대체가 어려운 분야에서 플라스틱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체재의 개발도 같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글쓴이의 말 : 이 글은 "매거진 쓸 SSSSL" 4호에 기고한 원고를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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