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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과 노동법*

 

유성규/ 공인노무사

 

 

얼마 전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협동조합 이사장님에게 전화를 받았다. 조합원 중 한 명이 퇴사하면서 그 동안 못 받은 연장근로수당을 요구하는데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 고민이라고 했다. 이사장님은 공동으로 소유하는 협동조합에서 어떻게 근로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 화를 내기도 했다.  

 

최근 협동조합으로부터 이 같은 상담 전화를 받는 일이 부쩍 늘었다. 위 사례는 협동조합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오해내지 경향에 기반하고 있기에, 매우 중요한 고민거리들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조직이므로, 조합원은 분명 노동법상 근로자와는 다르다. 아니 달라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비교는 어디까지나 가치, 철학 체계 내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노동법은 현실이다. 

 

고용노동부와 법원은 노동법은 근로자가 존재하는 곳에 적용되는 것이고, 근로자인지 여부는 형식적 관계가 아닌 실질적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 법인등기부 등본에 임원으로 등재되어 있는 사람일지라도 그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와 다를 바 없이 일하고 있다면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것이다. 

 

 

대법원 2005.5.27. 선고 2005두524 판결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중략... 회사의 이사 등 임원의 경우에도 그 형식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위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결국, 협동조합이라는 형식적 틀은 노동법으로부터 어떤 것도 방어해 줄 수 없다. 조합원이든, 임원이든, 누구든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면, 노동법상 근로자의 권리를 온전히 주장할 수 있다. 물론, 협동조합이 온전히 협동조합답다면 이 같은 고민은 불필요할 수 있다. 조합원이 스스로를 근로자라고 인식하지도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역사가 오래된 협동조합 내에서도 이를 둘러싼 고민과 갈등이 표출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노동법은 협동조합이 긴장감을 갖고 항상 신경 써야할 문제이다. 

 

이와 관련해, 1974년 울라르코에서 벌어졌던 파업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울라르코 경영진은 협동조합은 그 자체로 민주적일 뿐만 아니라 내부 분쟁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절차를 갖고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파업은 협동조합을 스스로 부인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원칙적 입장은 갈등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몬드라곤 안팎에서 심각한 비판을 야기하였다. 결국, 파업에 따른 분쟁이 해결되는데 무려 4년의 기간이 걸렸다. 그 이후, 울라르코 연구 그룹은 1974년 파업을 평가하면서, 협동조합도 시장 측면에서는 자본주의적 요소를 갖고 있다는 사실, 협동조합 내부에서도 상층과 하층이 분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들을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노동법의 또 다른 이름은 최저 노동기준이다. 이윤극대화 기업조차 준수해야 하는 노동법상 최저 노동기준을 협동조합이 지켜내지 못한다면, 그 협동조합의 존재 의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조합원들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이념적 가치로 그 간극을 보상받아야 하는 것인가?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의 극복이다. 그렇다면, 그 법률상 책임이 존재하는지와 별론으로, 노동법은 7대 원칙과 더불어 협동조합이 견지해야할 여덟 번째 원칙이 되어야 한다. 처벌이 두려워 노동법을 준수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로서 노동법을 준수하는 것. 이 사회에 협동조합이 왜 필요하고 무엇이 다른가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다. 

 

 

 

 

 

 

<각주>

*  이 원고는 필자가 2014년 서울시 협동조합 상담지원센터 임직원 리포트 제1호에 기고했던 글을 수정, 보완한 글임을 밝힙니다. 

** 윌리엄 F. 화이트, 캐서린 K. 화이트, 김성오 옮김, 몬드라곤에서 배우자, 2012, 역사와비평사 157-158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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