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림사업연합을 통한 지역기반 되살림운동
장원봉/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자원순환형 사회의 실현을 위한 3R은 폐기물의 발생억제(Reduce), 자원의 재생활용(Recycle), 그리고 자원의 재사용(Reuse)을 일컫는다. 3R의 실천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정책의지가 중요할 것이다. 정부의 분명한 책임을 기초로 정부, 기업, 지역사회 등의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역할분담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강제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자원의 재사용(Reuse)은 무엇보다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기서는 서울특별시의 노원구에서 실천되고 있는 ‘되살림사업연합을 통한 지역기반 되살림운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노원구의 지역기반 되살림운동이 시작된 계기는 2013년에 사회투자지원재단에 의해서 연구된 ‘노원구 사회적경제활성화를 위한 지역자원조사’에서 비롯되었다. 이 연구는 사회적경제의 활성화의 방향을 지역이 직면한 문제에 대응하는 지역사회 주체들의 역할수립으로 설정하였다. 각 의제별로 지역사회 주체들과의 지역의제워크숍을 통해서 다양한 의제별 문제해결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였다. 그리고 지역의제별 워크숍에 참여한 지역주체들은 모임의 결과를 지역의제별 네트워크를 통해서 실천하고자 하였다.
노원의 ‘되살림 네트워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노원구에서 57만여 명의 주민 가운데 90%가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어서 자원순환에 용이한 거주환경을 갖고 있는 반면에, 재이용품 기증 및 구매와 같은 되살림 활동 참여 경험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이용품 기증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적었으며, 혹여 기증하려고 해도 용이하지 않은 되살림 기반의 취약성이 발견되었다.
한편, 노원구의 비영리 되살림 가게들은 아름다운가게(공릉점)를 제외하고 모두 영세했다. 되살림 활동에 대한 지역주민의 적은 경험과 인식 부족으로 인해, 기증되는 재이용품의 양도 턱없이 부족하였다. 물론 영세한 되살림 가게들은 재이용품을 수거해서 선별하고 공급하는 자체적인 생산체계나 기증자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였다. ‘되살림 네트워크’는 이러한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사업연합 전략을 수립하였다. 무엇보다 공동수거, 공동생산, 공동판매, 공동홍보 등에 대한 사업연합구조의 마련을 협의하였다. 그리고 동별 되살림가게 운영을 목표로 신규매장의 설치와 되살림 공동선별장의 설립을 계획하였다. 이 같은 계획은 구체적으로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지역기반의 되살림사업연합체의 건설을 구체화시켜나가게 되었다.
이에 사랑의손맛, 노원나눔의 집, 함께걸음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사회투자지원재단, 마들주민회, 든든한이웃, 노원지역자활센터, 아름다운가게 공릉점 등이 후원자 및 생산자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아름다운가게 외의 모든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의 생산자 조합원은 ‘되살림가게’라는 브랜드를 사용한다. 되살림가게는 주민들이 자신의 물건은 기증하고 기증된 물품을 구입하면서 자원순환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거점이 된다.
현재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의 3개 직영점인 ‘작은나무’와 ‘등대지기’, ‘녹색장터되살림’, 든든한이웃에서 운영하는 ‘든든한보따리’, 마들주민회의 ‘자연터’, 노원지역자활센터의 ‘동네방네’가 되살림가게 간판을 달았다. 상호는 ‘되살림가게: 든든한보따리’ 식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이름도 함께 써서 각자의 고유성도 살렸다. 2016년에는 서울시와 노원구청의 도움으로 공동물류선별장과 수거 및 홍보를 위한 되살림 트럭도 마련할 수 있었다.
한편, 되살림에 대한 노원구민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되살림 네트워크’와 지자체가 함께 머리를 맞댔다. 논의 끝에 달마다 20일은 노원구의 모든 주민자치센터가 수거처가 되는 ‘기부데이’를 운영하기로 하였다.
주민자지센터에 모인 물건은 노원구 내 되살림 가게들이 번갈아 맡기로 했다. 또한 물건 기증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구민이 참여하는 노다지장터를 열었다.
노다지란 ‘노원에서 다시 쓰는 지혜’의 줄임말로, 주민들은 노다지장터에 자신의 물건을 사고팔도록 했다. 저조한 참여를 우려했지만 매년 120명의 사전 판매 신청자 접수는 조기 마감된다. 그리고 노다지장터는 점차 가족단위 되살림운동의 교육장이 되고 있다.
‘되살림’에는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되살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살림의 관계도 되살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은 되살림운동의 구심점 역할로 주민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노원사회적경제한마당, 행복축제, 개나리장터, 희망나눔바자회 등 마을단위의 주민참여 장터의 참여와 노다지장터의 운영을 통해서 마을의 되살림 관계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 각 되살림가게들은 기관별로 설정한 목적사업에 수익금을 활용하고 있다. 자연터는 지역 여성들의 사회참여를 촉진하는 활동에 수익금이 사용되고 있으며, 든든한보따리의 수익금은 지역의 저소득 청소년들을 위한 졸업앨범, 수학여행, 장학금 등에, 동네방네의 수익금은 저소득 주민들의 자활사업에 할애되고 있다.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의 직영점들 수익금은 함께걸음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노원교육복지재단과의 협약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취약계층 어르신의 치과진료’와 취약청소년들의 사회진출을 위한 활동에 쓰인다.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은 주민들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원순환교육에도 적극적이다. 여러 기관의 사업연합체로 운영되고 있는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은 무엇보다 되살림운동을 위한 조합원들과의 공동의 이해와 공동의 권한 그리고 공동의 편익을 중요한 조직운영의 원칙으로 삼아야 했다. 이 중에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이 노원지역에서 존재해야 하는 목적에 대한 공통된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2017년에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은 서울시의 지원으로 일본의 WE21 Japan 사례방문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곳에서 마을기반의 되살림운동에서 잊지 말아야 할 주민참여의 원칙과 되살림 메시지를 공유하는 매장운영 원리를 매일 밤 이루어진 평가회의를 통해 확인하였다.
그리고 자원순환학교를 통해서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의 사업방향과 자원순환 정책 환경 그리고 되살림가게 운영 등의 조합원 역량강화를 도모하였다. 아름다운가게는 전국에 퍼져 있어 굳이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의 사업연합체에 조합원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되지만,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의 취지에 깊이 공감해 교육과 홍보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일본 WE21 Japan 방문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의 되살림운동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그것이 만들어내는 지역사회의 변화(Community Impact)에 대한 평가는 너무나 중요하다.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이 실천하고자 하는 되살림운동의 목표는 세 가지로 평가되고 있다. 첫째, 노원구의 재이용 자원순환을 위한 시민참여는 활성화되고 있는가? 둘째, 되살림사업연합을 통해서 되살림분야 사회적경제의 역량강화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셋째, 되살림 자원순환 인프라는 확대되고 있는가? 각 평가 방향에 따라 구체적인 평가지표를 운영하고 있다.
주요 평가 방향 | 핵심지표 | 2015년 기준 | 2017년 실적 |
• 노원구의 재이용 자원순환을 위한 시민참여는 활성화 되어 있는가? |
• 재이용 기증품 품목별 규모 / 증가율 • 재이용품 기증 참여 세대수 / 노원 세대 비율 노원 주민 비율 |
• 28,770점 |
• 32,117점(되살림가게) (아름다운가게 공릉점) (아름다운가게 공릉점) • 전체: 4,398세대/2.02% (주3) (되살림가게) |
• 되살림 사업연합을 통해서 사회적경제의 역량 강화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
• 되살림 사업연합체 종사자 수 (일자리창출) |
• 4명 •16,900,500원 • 2회 (노다지장터) |
• 매장관리 10명(직영점 매장관리 5명/자활매장 3명) (선별 4명: 자활인력) |
• 되살림 자원순환 인프라가 확대되고 있는가? |
• 되살림 사업연합 매장수/증가율 • 되살림 사업연합 물류창고, 생산공간 설치여부 및 운영실적 |
• 2개 • 0개 |
• 7개 (아름다운가게 공릉점 제외) |
주1) 노원구 2014년 기준 전체세대수 221,107세대
주2) 노원구 2014년 기준 전체인구수 586,056명
주3) 노원구 2017년 1월 기준 전체인구수 554,403명/ 전체세대수 217,619세대
주4) 2017년 직영점 3개소(녹색장터되살림 2개월 영업실적), 조합원매장 3개소(든든한보따리, 자연터, 동네방네) 매출 실적
현재 지역기반의 되살림운동을 위해서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은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자원순환의 가치가 되살림가게 운영을 통해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담긴 매장 운영매뉴얼이 시급하다. 하지만 아직 그럴싸한 운영매뉴얼을 만들기에는 공부와 경험이 부족하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재이용품의 기증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매장별 공급량은 여전히 부족한 형편이다. 부족한 재이용품의 공급량은 매장운영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매장 임대료와 공동선별장 임대료는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어서, 공공시설의 입점이 절실하다. 그래도 매장에서 만나는, 무거운 재이용품을 한 아름 안고 오시는 기증자님들의 뿌듯해하는 맘과 매장의 일손을 돕는 자원봉사자님들의 귀한 매일 매일의 품에서 되살림을 확인한다.